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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여전히 거론되고 있으나 앞으로도 논의해야 할 내용이 또 여전히 많은 주제인 모양이다. 논의대상이 여전히 진화중이기 때문이다. 존재가 투명하여 쉽게 잡히지 않으며 크기가 거대하여 단순하게 거론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어디에서나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존재한다. 그렇다면 여전히 아파트, 너는 누구냐.

 

아파트에서 탈출하여 서로 옆집에 모여사는 두 교수가 논의의 틀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조금 앞서 박철수 교수가 공적냉소와 사적열정이 공존하는 장소로서의 아파트를 지적한 책을 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박인석 교수의 책이다. 두 사람이 바꾸려는 논의의 시작은 우선 아파트는 죄가 없다는 것이다. 평면조직으로 보면 아파트는 세계 어느 집합주거에도 뒤지지 않는 완성도를 이뤄냈다. 혀를 내두른다는 평이 이럴 때 적합하다.

 

두 저자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아파트가 아니라 단지다. 외부와 단절된 단지. 박철수 교수가 공적냉소와 사적정열을 중심으로, 좀더 문화적인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었다면 박인석 교수의 이야기는 좀더 분석적이다. 모든 현상에는 그 이유가 있으니 그 인과관계는 설명이 가능하다는 신념의 저자다. 왜 한국의 아파트는 옆으로 긴 평면을 갖게 되었는지, 온돌은 어떤 궤적을 거쳐 오늘 아파트 난방의 단일한 해결책이라는 위업을 이뤘는지를 차곡차곡 설명한다.

 

주제인 단지로 돌아오면, 이 저자의 진단은 복지재원이 부족한 정부가 도시공공성의 책임을 사적재원에 맡긴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공공의 영역에서 제공해야 할 공원, 어린이놀이터, 경로당 등의 설치를 개발주체들에게 맡겼으니 설치한 집단은 이를 배타적으로 소유할 의지를 갖게 되고 결국 이는 아파트 단지의 담장으로 둘러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아파트의 현상과 진단에 관한 책으로 이 책은 커다란 성과다. 푸념과 개탄의 관찰에서 벗어나 문제의 메커니즘을 명료하게 정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땅값이 비싸서 고밀화가 되는 것이 아니고 고밀화 개발의 가능성이 보이므로 땅값이 오르는 것이라는 진단은 부정하기가 어렵다. 저자는 책 뒤에 단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매개공간의 도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전히 개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경제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익명의 집단이다. 문제는 보이나 답은 여전히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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