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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로 남긴 역작을 아무도 읽지 않았다면 저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런데 그 책이 세상을 바꾼 책이었다면.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그 ‘책’은 세상을 바꾸었다.  첫 도입은 평이하지만 뒤로 가면 온갖 기하학적 전문 서술이 빼곡한 책. 코페르니쿠스의 <회전에 관하여>가 바로 그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아무도 읽지 않은 것이 아니고 중요한 몇 사람이 주석을 달아가며 읽었다는 데 주목한다. 그 이름으로는 갈릴레오, 케플러 등이 등장한다.

 

저자는 그 책들을 찾아 나선다. 1543년의 초판 인쇄본과 1566년의 2판 인쇄본이다. 저자의 추론으로 현재 남아있는 <회전에 관하여>의 초판본은 276권.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이 판본을 직접 돌아다니며 분석하고 사진찍은 여정을 기록한 책이 바로 이것이다. 삼십년 정도가 걸린 길이다. 분명히 누군가가 꼼꼼히 읽고 빈 칸에 남긴 가필 기록을 통해 저자는 은밀히 그 옛 책 주인을 추적한다. 탐문수사가 바로 이런 것이겠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은 이 추적을 가능하게 하는 방대한 기록들이다.

 

이 책에는 문자가 실린 책의 역사적 무거움이 도저히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실려있다. 창밖의 숲과 건물들, 그리고 그 위로 뜨고 지는 태양과 달을 보며 지구가 어떻게 이들과 함께 움직이는지를 추론한 이의 거대한 상상력이 실린 그 책의 무거움이다. 그 뒤를 이어 계산과 관측 사이에 존재하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던 독한 인간이 등장했으니 그가 케플러다. 이 무거운 지구가 타원운동을 하며 태양 주위를 돈다고 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이들이 내놓은 생각의 무게도 지구의 무게에 못지 않다. 참 버겁다.  

 

갈릴레오의 <시데레우스 눈치우스>가 이미 이전에 한글로 번역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도서관에 갔다가 옆에 꽂힌 이 책을 집어 읽게 되었다. 도서관은 그래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부록에서  <회전에 관하여> 초판의 소재지를 정리해 놓았다. 거의 모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일본에도 몇 권 있고 필리핀에도 한 권 있다. 한국에는 없다. 한국 도서관에는 대신 환타지 소설과 컴퓨터용법, 처세책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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