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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답게 본문이 900쪽에 이르는 벽돌책이다. 그럼에도 책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가장 큰 힘은 역사책을 소설처럼 써나간 저자의 능력이다. 저자는 육중한 문장을 교훈조로 연결해 나가지 않는다. 다만 흥미로운 사실을 살짝 나열하고 그 주인공을 뒤에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는 영국인의 역사책치고는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깔끔한 번역도 틀림없이 그 쉬운 독해에 일조를 하고 있다.

 

그간 익숙한 서양사의 서술에서 의아했던 것은 콘스탄티노플 천도였다. 도대체 로마는 왜 중심지 로마를 놔두고 궁벽한 동쪽 끝의 도시로 수도를 옮겼을까 하는 궁금함이 그 정체다. 이 책은 그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바로 거기가 세계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라고. 그 동쪽에 페르시아와 오스만과 중국이 다 몰려있으니 궁벽한 곳은 바로 서쪽의 로마였다고.

 

저자는 시큰둥하다. 지금 유럽이 그리스 문명에 정통성을 연결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 현재 유럽은 고대 그리스와 아무런 연관도 없다는 것. 생각해보니 옳은 지적이다. 고대 그리스 이후 세계의 중심은 페르시아와 오스만이었고 고대 그리스는 이들에 의해 현대 유럽으로 연결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고. 유럽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세상의 중심이 되기 시작한다는 것.

 

놀랍게 책의 절반 정도는 현대사다. 영국인 저자의 문장으로 보면 제국주의를 시작한 영국과 그 이후 패권을 잡은 미국은 사악한 존재다. 말하자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온갖 악행을 주저하지 않는 동네 깡패들이라는 서술들이다. 2차 대전 이후 중동에서 미국이 저지른 행동의 인과관계는 일목요연하게 911 테러에 이른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주입받아 온 것은 아닌지 다시 확인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동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여기서 석유가 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재의 상황을 거르지 않고 짚어준다. 소련의 붕괴 이후 독립한 산유국들을 들여다보라는 조언이다. 그리고 중국이 역시 등장한다. 패권국가로 순식간에 부상한 바로 그 나라. 외교와 전쟁의 줄타기가 이어지는 시점에서 이것저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누구를 믿겠는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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