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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김밥은 일 년에 두 번 먹는 음식이었다. 두 번 소풍을 가는 날에만 집에서 싼 김밥을 먹을 수 있었고 또 김밥이 없는 것은 소풍이 아니었다. 김밥은 소풍의 증거였고 소풍의 완성이었다. 그러던 그 김밥이 요즘은 동네 상가에서 수시로 주문해서 먹는 외식 간식이 되어버렸다. 김밥은 축제의 정찬에서 일상의 끼니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음식의 20세기를 설명하고 있다.

 

20세기의 한국음식문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한국전쟁 직후 쏟아진 미국의 밀가루 원조가 아니었을까. 냉면이 밀면을 잉태하고 칼국수와 수제비가 태어나고 설렁탕에 국수가 침투한 사연의 배경에는 모두 이 밀가루 원조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건의 전후가 명료하면 책의 서술은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음식과 그 이름들은 알지도 못하는 새 슬그머니 변화하여 우리의 밥상에 오르고 내리니 이것은 연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책의 내용은 죄 우리가 하루가 멀다고 먹는 것들이다. 설렁탕, 추어탕, 육개장, 냉면, 구절판, 막걸리, 빈대떡 등을 거쳐 마지막에는 드디어 치맥에 이른다. 워낙 우리의 일상을 다루는 책이다보니 거의 잡학 사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평소에 그 이름의 출처가 궁금하였던 ‘당’면의 정체도 책에 들어있다. 이 국수는 당나라의 발명품인가. 이 ‘당’은 ‘호’떡, ‘호’주머니와 같은 만주족 기원의 접두어와 비교하여 한족 유래의 접두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당면이되 중국 입장에서는 당면이 아니라는 이야기.

 

책의 에필로그가 인상적이다. 한국인의 밥상이 시간계열형이 아니고 공간전개형이라는 비교. 말하자면 음식을 순서대로 내오지 않고 밥상 가득 차려놓고 끝난다는데 대한 비판에 대한 비판이다. 이국의 어디에서도 집에서 먹는 밥상은 다 한 상에 끝나더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공연히 고급 음식점의 밥상차림을 근거로 부엌의 상차림을 비판하지 말라는 단호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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