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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하면 당연히 에세이인데 아주 독특한 에세이다. 한국식 표현으로 치면 이과생 에세이 정도 되겠다. 저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그렇다는 것이다. 책 날개에 적힌 저자는 “스코틀랜드 서쪽 지방에서 태어나 에든버러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했다는데 글은 저자가 바로 스코틀랜드 출생임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글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대체로 바람불고 파도치는 겨울의 해변이다. 글의 어디를 보나 자연은 썰렁하나 등장하는 사람들은 또 하나같이 따뜻하다. 글의 첫 꼭지는 그 중에서도 가장 춥다. 한겨울에 오로라를 보러 배를 타고 나섰기 때문이다. 배에 함께 탄 사람들은 오로지 오로라를 보겠다고 그 고생을 감수하는 사람들이니 속세의 계산과는 좀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겠다. 저자의 글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그 짐작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는다. 

 

시기로 불 때 저자의 경험으로 가장 오래된 글은 거석문화의 선사시대 발굴현장이다. 저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은 갈 생각이 없고, 또 뭘 해야 할지 모르던 시절에 땅을 파던 이야기. 그래서 저자가 만난 것의 하이라이트는 몇 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석관속의 뼈를 만난 순간이겠다. 그 시간에 비하면 결국 30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다는 이야기. 그런 그녀가 어찌 대학의 철학과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저자는 병리학 실험실에 넘어온 인체의 검사조직, 잡은 지 수백 년에 가까운 고래의 뼈를 들여다보면서 현미경같은 관찰과 놀라운 상상력의 문장을 펴나간다. 이런 대상의 에세이에서는 견지하기 어려운 끔직할 정도의 ‘hard-boiled’ 문체를 우아한 단어들로 엮어 낸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다.

 

번역 문장들의 원문이 하도 궁금해서 아마존의 원문을 좀 들여다보았다. 원문도 깔끔하지만 이걸 번역문으로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게 옮겨놓은 이의 내공도 참으로 만만치 않다. 책 표지는 우아한데, 원문의 책 표지는 무지막지하게 강력하다. 글의 내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는 있겠으니 옮긴 책의 디자인이 더 맞는다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디자인에 관한 내 취향은 원문의 것에 가깝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표지디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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