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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니게 봉은사가 소란스러웠던 시기가 있다. 웬 정치인들이 거기 좌파주지가 있느니 없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떤 것이다. 당시 지목을 받았던 주지스님은 표표히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 주인공이 쓴 책이다.

 

책은 스님이 법문했던 것을 옮긴 모양이다. 그 법문이란 것이 줄곧 불심에 가득한 내용만 또 가득한 것이 아니고 이처럼 종횡무진 인생고백도 담기는 모양이다. 물론 그래야 이야기가 더 박진감 넘치기야 하겠지만. 세상의 이야기들이 진지해지는 순간은 모두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는 때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솔직함을 담고 있다. 어릴 때의 그 좌절과 분노의 순간들.

 

저자의 인생은 세상에 대한 한탄으로 시작한다. 그 한탄은 곧 화풀이로 변하였으니 그것은 주위 사람들은 많이도 피곤하게 하였던 모양이다. 도대체 나는 무어냐고 대책없이 묻던 시기에 우연히 만난 젊은 스님의 몇 마디로 스님의 인생은 졸지에 행자신분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좌충우돌의 과정과 결국 이르게 되는 봉은사주지라는 자리가 이 책의 얼개다. 스노우보드도 타고 수영도 하고 데모도 하는 운동권 주지 스님의 모습이 글로 그려져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모두 길고 지난한 곁가지 서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무어냐는 대책없는 질문에 대해 얻게 된 답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 답은 당연히 묻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저자는 자신이 물은 질문에 대해 직접 답하기보다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을 상술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과정이 답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결론 역시 이야기한들 공허한 염불이 아니겠는가. 사는 것이 모두 과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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