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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마음 먹었으면 벽돌책으로 출간해도 되었을 책이다. 물리적 분량이 적지 않은데 다루는 내용은 그만큼 방대하다. 바로 예술, 즉 순수예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고 지금의 혼란기에 이르렀는가를 통사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제에는 간단히 ‘Art’라고 되어 있지만 이건 ‘Fine Art’를 일컫는 단어다. 도대체 그게 어떤 역사를 거친 개념이냐는 설명.

 

이야기는 당연히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의 그 예술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그래서 순수예술과 수공예의 구분도 없던 시절이다.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고상한 사람들을 위한 고상한 개념, 예술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이 예술의 구분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그 장인들은 산업화 이후 공장 직공들로 변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예술의 개념은 18세기의 소산이다. 17세기에 부단히 움직여오던 그 제도적 분류가 18세기에 완전히 자리를 잡아 철학과 교육의 배타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20세기 초반을 지나면서 그 순수예술의 벽은 다시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더니즘은 18세기 예술체계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정리다.

 

분량의 위협에 비해 책은 무지하게 흥미롭게 읽힌다. 문화사와 사회사를 적절히 비벼놓은 서술인지라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머리 속이 즐겁게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저자가 10년 넘에 준비하여 완성한 책이라는 사실이 확연히 와닿는다. 미학전공이라는 역자의 노고도 분명 여기 일조를 하고 있다.

 

번역된 이 책이 나온 것은 2015년이지만 원서가 출간된 것은 2001년이다. 내가 2009년 출간한 <건축을 묻다>를 쓸 때 이 책의 존재를 알았다면 책을 쓰는 과정에서 들였던 시행착오를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만나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런 책이다. 절대 대중서라고 할 수는 없으나 예술의 개념과 의미가 궁금한 사람이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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