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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성(巡城)은 말 그대로 성을 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의 대상은 서울성곽. 서울성곽을 따라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면서 눈 앞에 펼쳐지는 풍광과 묻힌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갑자기 서울성곽을 돌기 시작한 저자는 마침내 이런 책을 내기에 이른다.

 

서울성곽을 하루에 모두 도는 것은 무리다. 저자는 몇 달인지, 몇 해인지 모르겠으나 계속 성곽의 이곳저곳을 돌면서 원고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거대 구조물과 연관된 사진을 쉽게 얻게 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저자의 후기에서 나타난 바기도 하지만 일기와 위치의 절묘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책에 실을 만한 사진을 얻을 수 없다. 서울성곽에 ‘꽂힌’ 저자였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저자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이 거대한 구조물에 관해 사실 확인이 완벽한 책을 내기에 저자의 순성 기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니면 좀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든지. 나 역시 2000년부터 성곽을 돌았으므로 책의 여기저기서 훈수를 두고 싶은 부분들이 생겼다. 가장 큰 사건은 남산공원을 지나간 성곽서술에서 일제시대와 현대의 중간에 끼어있는 국회의사당 건립 계획을 저자가 넘어간 점. 화끈한 토지정지작업이 모두 끝난 이후에 계획이 백지화되었으므로 지금 성곽 뿐 아니라 조선신궁의 자취를 찾는 것도 가당치가 않은 일이고 현재의 계단들은 조선신궁의 자취가 아니라 그 토목작업의 자취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배웠다. 내가 적당히 넘어간 많은 부분을 서술한 저자가 고마울 따름이다. 날이 풀리면 나의 순성도 다시 시작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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