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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더라고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간데 없는 인걸들의 흔적을 서울에서 찾아낸 보고서라고 해야겠다. 그 인걸들이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때로는 역사서에 거론된 이름이기도 하지만 술 몇잔에 남긴 시의 작가로 남은 이름들이기도 하다. 물론 그 글들이 책 한권에 다 들어오기에는 어렵겠지만 한양의 이곳저곳 풍취를 남긴 글들을 모으면 이렇게 책이 되기도 하겠다.

 

제목에 나온 ‘걷다’가 잘 맞는 책이다. 걷지 않으면 절대로 이런 책을 쓸 수도 없고 책의 내용에 공간되지도 않는다. 저자는 참으로 만만치 않은 뚝심으로 서울 곳곳을 걸어다녔고 그 자취를 사진으로 남겨 책에 실었다. 사실 도시를 걷는 것보다 더 막막한 것은 글을 찾는 일이겠다. 물론 인터넷검색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어디 있을지도 모르는 특정한 장소의 문헌을 찾는 것이 보통일일 수 없다. 걸어다닌 그 뚝심이 글을 찾는 데도 필요했을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문헌은 그림이다. 바로 겸재가 남긴 한양 곳곳의 그림들이다. 지금 서울을 덮고 있는 아파트단지와 같은 장소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풍광이 그 자리에 있었음을 우리는 겸재의 그림덕에 확연히 꺠달을 수 있다. 그나마 비슷하게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은 겸재 그림의 멀리 등장하는 산들이다. 붓자국없이 멀리 덩어리처럼 존재하는 산이 바로 오늘 아파트 너머 보이는 그 산들인 것이다.

 

서울의 역사에 관한 책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속적으로 새로운 관심을 보이는 필자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쓸어 없애고 새로 짓자던 시장의 시대가 점차 사라지고 천천히 앞뒤를 추스려 살피며 가자는 시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징후로 읽힌다. 조금씩 세상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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