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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한국인이 번역한 책이다. 이 구도가 좀 당황스럽다. 미국인 저자가 일제 강점기의 사회사를 서술했다. 궁금한 건, 그 원전 자료를 어찌 읽었을까라는 건데 저자는 그런 능력이 충분한 배경을 갖고 있다. 저자는 한글, 일본어 신문, 논문을 모두 파고 들었다.

 

거대담론으로 이어지던 시대가 저문 게 확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탈과 억압의 구도로 일제 강점기를 설명하던 책들 사이에서 이 책은 훨씬 더 반갑고 신기한 서술을 보여준다. 이국의 지배자가 그리 간단히 피지배사회를 장악했을 리 없었을 것 같다는 의구심을 이 책이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저자의 관심은 그래서 조선 백성은 어떠했느냐는 것이다. 총독부의 입장에서는 문화이식이나 계몽이겠다. 총독부의 도시개조계획이 일방적 통보와 집행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그때 조선인들은 어떻게 반응했느냐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 대답이 이 책에 들어있다.

 

이후 책의 주제는 신사건립, 박람회, 위생계도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은 태평양전쟁으로 들어선다. 전시체제에서 이 황국신민화에 조선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반응했느냐는 이야기. 남산에 세워진 경성신사와 조선신궁이 서로 어떤 비교구도를 갖고 있었는지는 부끄럽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민간시설과 공공시설의 구분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이 마지막 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야 하겠다. 광복 이후를 서술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제국의 소멸 이후”라고 이름 붙였다. 그 식민지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저자는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 서술한다. 문장 아래는 피해의식 범벅이 된 사업들에 대한 저자의 의구심이 묻혀있다. 70년이 지나도 유령처럼 떠도는 인식에 대한 목격담인 것이다. 한글로 읽는 독자를 부끄럽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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