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광복 후 70년이 지났지만 내가 보기에 여전히 일제시대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 시기를 공부하는 학자가 말하기 거북할 정도로 적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방대한 사료는 그냥 묻혀있을 따름이라는 것이 내 가늠이고. 그래서 이런 책의 등장은 반갑기 그지없다. 제목대로 역사학자가 들춰낸 일제시대 경성 도시계획의 변화를 추적한 책이다.

 

책의 서술은 시대순이다. 시행 주체가 총독부이건 경성부청이건 그냥 일제라고 통칭하면 이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격자형 도로를 계획한 일이다. 경성시구개수노선을 발표한 것이니 이들이 시행 개통한 길들은 지금 서울의 주요 간선도로로 남아있다. 이후 경성을 확장하고 여기 조닝을 더하면서 주거지에 전원도시의 개념을 도입한다. 요즘 뜨거운 이태원, 한남동이 바로 그 대표적 결과물이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이 역사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그냥 선입견으로 재단하고 비난해온 것과 그 시대의 모습은 실상 많이 다르다는 것이 이 책의 서술이다. 지금 율곡로로 부르는 길의 개통이 조선 왕실의 혈도를 끊기 위한 것이라는 분노가 지금까지 가장 큰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드러내는 상황들은 그런 주술적인 입장과 평가를 다 들어내게 해준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꼭지는 “‘친일파’가 ‘조선인’을 대변하는 역설”이다. 우리가 지금 친일파라고 단죄하는 그들이 경성부의회에서 조선인들의 이익을 격렬하게 대변하는 상황의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과거의 재단과 단죄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기록이겠다. 대통령이 위협하면 기업인이 꼼짝없이 기금을 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데 당시에 기업을 하던 이들이 총독부의 관변인물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래 전에 멈춘 계획의 이야기다. 그러나 1939년 이들은 50년 후 경성의 도시규모를 예측하고 계획을 잡는다. 이들은 자신들이 항복하고 조선에서 물러가야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짐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저주와 차별만으로 경성의 미래를 계획하지는 않았다는 것이고, 우리도 분노와 비난 만으로 과거를 재단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겠다. 끝까지 평상심을 잃지 않고 이어가는 서술이 인상적이다. 


REVIEWS

REVIEWS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