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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인가. 영문 제목을 직역하면 ‘불에서 프로이트까지 생각과 발명의 역사’다. 말하자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인 셈이다. 옮긴이는 글 뒤에서 이미 빌 브라이슨의 책으로 그 제목(원제를 직역한 제목이다.)이 있어 달리 붙인 제목이라고 한다. 빌 브라이슨의 책이 과학서적에 가깝다면 이 책은 말 그대로 인문서라고 해야 하겠다.

 

정말,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전문서는 아니다. 이런 방대한 분량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분야를 설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1,240쪽에 이르는 부피의 책을 교양서라고 하기에는 너무 방대하다. 도대체 어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인가. 나도 이 책을 다 마는치는데 몇 달이 걸렸다. 책의 앞부분,  즉 알렉산드리아, 예수, 인도, 중국의 고대를 설명한 부분은 특히 지루하다. 책이 흥미진진해지는 부분은 인쇄술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우리 머리 속에 있는 개념들이 일목요연하게 재단되기 시작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추상적 관념들은 이미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 전에 형성된 것이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은 그 형성과정을 설명해준다. 길게는 몇 백년, 짧게는 수 십년에 지나지 않는 그 생각과 관념의 형성과정.  그 과정을 따라서 이 책의 종착점인 1900년에 이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다. 세상은 누군가, 특히 초월자에 의해 주어진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책의 뒷 부분에서 저자는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시작해 인도와 아프리카 쟁탈전으로 절정에 이른 대영제국의 마지막 성공은 영어의 확산이다.’라고 서술한다. 영어가 세계적 공용어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 이런 책은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엄청한 작업을 이룬 저자에게 감탄스럽기만 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런 저술을 시작할만한 자신감의 저자답게 책에는 적당한 자신감과 겸손함의 서술이 적당힌 배치되어 있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생각의 역사II>도 있다. 같은 저자의 책으로, 원전에서는 별도의 책이었지만 국내 출판사는 뱃심있게 시리즈로 묶어버렸다. 과연 그 II권은 언제 시작해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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