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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면 유물론적 르네상스미술사라고나 할까. 물질로 규정된 문화의 일면이다. 중요한 것은 그 물질로만 저자가 대상을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점. 그럼에도 이런 물질과 그 소유관계에 의해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단히 중요하다. 개인은 몰라도 어느 사회도 그런 물질의 존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집어든 대상은 물감이다. 회화는 당연히 물감으로 그린다. 그럼에도 그 물감에 대한 천착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 신기하다. 저자는 15세기까지의 그림들이 어떻게 물감에 의해 규정되어왔는지를 드러낸다. 그 물감의 원재료, 수입경로, 그리고 물감이 발리는 배경판. 가장 극적인 순간은 유화물감과 캔버스의 등장이다. 유화물감 덕에 화가들은 농담처리에서 이전의 어떤 물감으로도 이루지 못했던 새로운 표현도구를 얻게 되었다는 것. 캔버스는 이동의 자유라는 양날의 칼 덕에 호오가 엇갈렸다는 것 등.

 

물감이 귀한 존재다보니 그것이 발주자와 미술가 사이에 개입하는 것도 당연했다. 발주자, 즉 상인은 화가 개인보다 사용될 물감에 더 관심이 많았고 그 사안은 계약서에 이미 상술되어야 했다. 그 물감이 아시아에서 수입되다 보니 결국 무역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가 회화의 중심지였다는 이야기. 16세기에 들면서 지중해의 시대가 저물면서 상업자본은 토지자본으로 바뀌고 회화의 규모도 장대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논문을 엮은 책이다보니 유물론적 통사라고 보기는 어렵고 각 꼭지가 자꾸 따로 논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워낙 이런 물질적인 접근에서의 르네상스가 부각되어있지 못하므로 당시의 그림들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전기를 만들어주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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