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괴상한 제목이다. 여자들이 보는 그림책이라는 건지 여자들을 그린 그림책이라는 건지. 원제는 <Nos Maisons>이니 이미 번역하면 <우리 집>이겠다. 부제를 봐야 무슨 내용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중세부터 20세기까지 인테리어의 역사”라고 한다. 그 역사를 증명하는 매체가 그림이라는 것이고. 실상 책에는 사진들도 들어있으니 그림으로 한정할 일도 아니다. 말도 안되는 제목 순으로 줄을 세우면 이 책이 앞쪽의 어딘가에 서 있을 것이다.

 

유럽인들이 어떤 집에서 일상을 이루고 살았느냐는 데는 회화가 가장 중요한 목격자일 것이다. 화가들이 종교를 버리고 시민들을 주목하기 시작했을 때 그 배경에 묻어들어 온 것이 그들이 일상이었고 그 무덤덤한 묘사가 우리에게 가장 확실한 증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회화로서의 완성도가 아니고 그것이 보여주는 배경 공간이다. 그래서 책은 침실, 난방, 부엌, 조명, 창, 욕실, 수납, 살림 등을 주목하며 설명된다.

 

지금으로 보면 너무도 당연한 수도와 전기가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중요하고 고마운 사회기반시설인지를 깨닫게 된다. 아무리 우아한 생활의 귀족이어도 이 ‘기본’적인 시설이 없던 시대에 살다보면 누군가는 노동을 통해 이를 제공해줘야 하고 그것도 불가능하면 적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의 현장이던 부엌이 실험실처럼 바뀐 궤적이 그림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수납방식이다. 생활에서 잉여가 많지 않던 시대에 수납공간은 별 의미와 가치가 없었고 물품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있어야 했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갖고 있는 것이 많아지면 수납은 궤짝이 아니고 방으로 독립해야 한다. 내가 우리의 아파트에서 주목하는 곳도 바로 이 수납공간의 변화다. 가족 수가 적어지고 갖고 있는 속세의 짐은 늘어나면서 변하는 공간의 모습. 아주 천천히 벌어지는 사건이지만 변화는 보인다. 바로 ‘우리의 집’에서.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