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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단히 흥미있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국민도락이 된 화투패의 그림들이 왜 그런 모양인가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본에서 건너온 이 그림패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궁금하기는 했어도 굳이 찾아볼 의욕까지는 없었던터라 이 책의 설명은 흥미롭다. 12월 비에 등장하는 우산 쓴 인물이 오노 노도후(894-967)라는 당대 최고의 서예가 였다는 사실. 그가 글씨에 싫증이 나서 방랑을 떠났는데 수양버들에 뛰어오르려는 개구리의 모습을 보고 대오각성하여 다시 돌아와 붓글씨 공부에 전념했다는 전설이 묘사된 내용이란다.

 

우리의 언어에 일본말의 ‘나와바리’가 엄청나게 넓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도 아니다. 근대어가 모두 일본에서 들어온 상황이니 그것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할 상황도 아니디. 다만 정도가 심하고, 아름다운 국어의 대안도 있는데 그걸 굳이 무시하고 써야되느냐는데 동의하는 정도일 따름이다. 말하자면 국민학교에서 바뀐 초등학교 통지표에 쓰던 ‘수우미양가’가 일본 사무라이들의 목베기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걸 계속 쓰겠느냐는 것이다.

 

원칙론에 동의하면서도 이 책은 좀 성급하게 썼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한자가 우리에게 어떤 모습이었겠느냐는 질문의 대안으로 저자가 수시로 내미는 조선왕조실록은 누구나 컴퓨터로 검색하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인데다, 조선왕조실록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문서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선왕조실록의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은 일제시대에 집필되었으므로 과연 거기 등장하는 단어들이 원래 우리에게 있던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제대로 된 우리말을 쓰는 작업이 단 한권의 책을 읽어서 성취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읽어야 할 많은 책 중에 또 한 권을 보태주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청주와 정종이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서 쓰지 않더라도 알고는 있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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