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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원이나 은행에 가면 마주치는 그 사치스런 책이 아니다. 제목의 기대와 달리 책에는 가장, 시계, 스커트의 사진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예 사진이 하나도 없다. 이 책은 사치품을 광고하는 책이 아니고 그 사치의 사회적 근원과 변화를 짚어내는 책이다.

 

두 명의 저자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접근한 사치(luxury)의 원고를 병치해서 이 책으로 묶었다. 말하자면 서로 다른 두 책이 한 책 안에 들어있는 것이다. 먼저 후반부는 현대 사치품을 이루는 메이커들이 어떤 전략을 써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지 설명한다. 익숙한 이름, 샤넬이 바로 거기 대표 선수로 등장한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전반부다. 사치가 어떤 역사적 변천을 겪어 근대적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사회적 변화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시작점은 지위와 차별화다. 국가와 계급의 출현이 그 시작점이라도 저자는 드러낸다. 그 과시를 위해 중요한 가치가 전제되어야 하니 그건 영속성이라는 것.

 

계급국가사회에서는 권력과 우월성을 드러내는 계급이 등장하는데 그 명예는 후한 인심을 드러내는 것에서 획득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귀족들은 왕권의 지배 하에 들어가게 되고 예술이 새로운 의미를 얻으면서 사치는 문화방식으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치는 세속화되었고 근대에 이르러 그것은 개인적 수준의 행복추구로 바뀌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내가 관심이 있던 것은 계급과 사치 사이의 역동적이 변화과정이다. 그 변천을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짚어주기도 쉽지 않겠다. 부루주아지의 단정한 복장을 평등한 사회의 도래로 해설하는 안목에 경탄하게 된다. 덕분에 중요한 퍼즐조각을 하나 맞추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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