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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하는 장군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어 영광일 따름입니다.” 운동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북한 선수의 일상적인 소감이 이렇다. “우리는 경애하는 지도자동지 품안에서 한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북한 최고학부의 교수가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걸 듣고 저 문장의 어디까지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의구심에 대한 가장 적절한 설명이 될 것이다. 남북한 관계의 형성과정에 관한 책은 몇 권 있었다. 그러나 오늘 북한사회와 정치제계가 어떤 배경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이처럼 명료하게 서술한 책은 처음 접한다. 북한에 대한 저자의 공부와 내공이 받쳐준 덕이겠다. 

 

저자가 지적하는 바, 북한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냥 우리가 그렇게 부를 따름이고 상대를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저곳을 제대로 이해할 길은 없다. 그래서 그곳은 자신들이 부르는 그 명칭대로 조선이라고 읽고나서야 제대로 보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밖에서 보기에 가장 기형적인 사회. 문제는 그곳이 물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북조선 사회형성의 시원을 내전, 즉 한국전쟁에서 찾는다. 미국에 의해 초토화된 사회는 결국 신경질적인 폐쇄성을 갖추게 되고 항일과 전쟁전사자들에 대한 예우에서 그 계급 분할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유교사회의 전통이 더해지면서 거대한 가족구성체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모습이 형성되어 나가고. 김일성은 주체사상,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사회 도그마로 끌고 나갔다.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는 혁명의 주체를 노동자에서 군인으로 바꿨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시장을 허용하면서 전쟁영웅으로 이루어진 특권계급이 돈주라는 새로운 계급에게서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도 저자의 관찰이다.  

 

남은 질문은 우리의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에서 이어진 개성공단폐쇄가 현재 우리의 위치다. 핵무장은 자폐사회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막다른 선택일 것이다. 저자는 자폐증환자가 그렇듯이 자폐사회가 스스로 밖으로 나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웅크린 자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역할은 결국 한국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통일에 이르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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