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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그대로의 책이다. 제국과 식민지의 번안이 만든 근대의 제도, 일상, 문화. 그 근대는 우리의 것이므로 거기에는 제국과 식민지가 다 들어있다는 이야기고. 문제는 그게 어떤 모양이냐는 것인데 바로 이 책이 그 구체적 모양을 하나하나 들춰내고 있다.

 

이런 책에서 중요한 것은 다루는 꼭지다. 크게 세 개로 나뉜 책에서 각 덩어리는 각각 ‘제국의 번안과 식민지’, ‘번안사회와 생활문화’, ‘번안과 대중문화’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 아래 사진, 성경, 교육, 과학 등에서 출발하여 경양식, 조미료, 패션, 문화주택, 라디오, 대중문화, 국민가요, 번안가요 등의 내용을 다룬다.

 

일관된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책은 거대한 체계에서 일상으로 파고들어가는 배열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당연히 시선의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고 책에는 일제의 의도와 ‘판다지’가 사진을 통해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간략히 설명한다. 전반적으로 책에서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심화가 아니고 일별이므로 사례들을 빠르게 짚어 나가는 분위기.

 

이런 미시문화사의 설명은 곳곳에 심각한 주제를 심어놓는다. 이 책에서는 아마 ‘근대어’라는 꼭지가 거기 들어갈 것이다. 우리가 지닌 질곡를 저자가 짚는 문장은 이렇다. “우리는 근대를 비판하는 글 자체를 근대어로 쓸 수밖에 없다.” 정확한 말이다. 국한문혼용체를 넘어 이제 우리는 국영문혼용체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저자는 이제 널리 알려진 ‘보그병신체’가 그 괴이한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번안된 일상을 설명하는 책이니 당연히 도시와 건축이 포함된다. 식민지의 시간과 근대의 시간이 겹쳐 붙어있는 이 도시에서 어디를 연결하고 끊어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다. 항상 접해왔던 사안들을 새롭게 들춰내는 책이니 글은 흥미롭고 편하게 읽힌다. 불편한 점이라면 책 초반의 식민지 사회에 대한 상투적 단어들이다. 그것은 수탈, 억압, 강요 등인데 아마 우리는 이제 피해의 대상으로만 스스로를 서술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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