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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역사가 있을까. 있다면 그건 어떻게 서술할 수 있을까. <사생활의 역사>의 공간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의 제목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방’의 원제가 ‘chambres’라는 것이다. ‘room’과는 뉘앙스가 또 다르다. 원제는 ‘Historie de chambres’니 ‘방의 역사’라고 번역하지 않을 방도도 없겠으나 그 오묘한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다.

 

역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책의 서술은 연대기로 풀리지 않는다. 기능적으로 분류되는 각종 방들을 갈래짓고 그 안에서 내용을 서술한다. 그래서 책은 왕의 침실에서 시작하여 두서없게 잠자는 방, 사적인 방, 어린이의 방을 거쳐 호텔방, 노동자의 방, 임종과 병자의 방, 단힌 방, 사라진 방들로 마무리된다. 방이라는 방대한 주제를 생각할 때 이렇게 궁여지책 냄새가 나게 나눈 것도 이해가 가기는 한다.

 

인간은 방에서 태어나고 방에서 죽었다. 이때의 방은 주택의 방이다. 인간은 여전히 방에서 태어나고 방에서 죽지만 이때의 방은 기관의 방이다. 주택의 방은 사생활이라는 단어로 지칭되는 기능을 담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주택의 방은 글이라고 치면 일기와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때로 방은 극단적인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책에서 지목한 공간은 감옥의 독방이다.

 

책이 서술의 근거로 갖고 오는 것은 문학작품들이다. 말하자면 사료를 통해 서술된 역사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책의 제목을 정확히 붙인다면 ‘문학작품으로 본 방의 역사적 양태’ 정도의 멋 없는 것이 되기는 하겠다. 방대한 책의 곳곳에 곁들여진 그림이 있지만 서술을 크게 돕는 수준은 아니다. 번역은 우아하다고 보기 어렵다. 원본을 보니 표지에 고흐의 ‘아를르의 방’이 나와있다. 한글판에 내용과 크게 관련없이 야한 표지를 넣은 출판사의 의도는 개탄스럽다.

 

책은 비판하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고 뭔가를 주워얻으려고 읽는 것이니 잘 찾으면 반짝이는 서술도 분명 존재한다. “침실의 개인화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전기스위치였다”, “방은 비밀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여러 행태 중 하나일 뿐이다.”와 같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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