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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가 참 인상적이다. 이유는 눈에 띄겠다고 아우성치지 않기 때문이다. 낮은 채도와 무채색에 가까운 세피아로 덮인 책의 얼굴은 독자를 향해 있지 않다. 읽는 네가 누구인지를 개의치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놓겠다고 표지는 이야기하고 있다. 

 

오랜 만에 읽은 산문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은퇴한 인문학자이며 그간 일간지에 기고했던 글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오랜 기간에 걸친 컬럼들이니 일목요연하게 꿰뚫어내는 주제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덮는 이야기를 추려내면 이렇게 되겠다. 옳은 세상에 대한 생각.

 

책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미지, 혹은 단어는 저자의 고향인 신안과 목포, 인문학, 사진, 대학 정도일 것이다. 거기 번잡한 세상사가 자꾸 덤벼들어 얽힐 때 저자는 이런 글을 남긴 것이다. 용산참사, 영어강의. 군가산점제, 친일작가, 민주주의, 학교폭력과 같은 사안들이다. 저자는  사건들에 대한 입장을 놀라울 정도의 절제된 문장으로, 역시 놀라울 정도의 뚜렷한 가치관으로 드러낸다. 그것이 저 무채색 표지 뒤에 숨겨진 문장의 힘이다.

 

진정 여기 묶인 글 들에서 감탄하는 것은 사안에 대한 입장보다 그 입장을 밝혀내는 연결고리들이다.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사안들을 묶어내면서 그 근저에 깔린 인과관계를 밝히고 그리하여 흔들리지 않는 판단을 이처럼 명료히 드러내는 문장은 최근에 별로 읽은 기억이 없다. 짐작에 그것이 바로 저자가 축적한 인문학적 사고의 힘에서 실려나왔을 것이다. 저자가 현직이었을 때 이런 선생을 모셨을 제자들이 살짝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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