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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라는 단어가 한국사회에서 효용을 다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역효과를 내기 시작했든지. ‘민족(nation)은 근대에 생성된 상상의 공동체’라는 유명한 이야기는 베네딕트 엔더슨이 제시하고 에릭 홉스봄이 전파시킨 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모든 이가 동의하는 이야기인 것 같지는 않고. 문제는 이 단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고, 의미인가 하는 점이다.

 

이 책은 민족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부각된 상황을 대단히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단어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저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유사한 개념과 단어가 언제 누구에 의해서 사용되었는지를 사료 중심으로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 단어는 조선시대 후기 ‘족류’라고 한다. 민족, 동포가 등장한 것은 대한제국시기였고.

 

어느 사회나 외부의 변수에 의해 내부를 결속시킬 필요가 있을 때 사회는 공유할 가치를 내걸어야 한다. 대한제국시대와 일제강점기에 ‘민족/동포’가 필요해진 것은 일본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그 필요는 해방공간에서는 더 절실했고. 저자는 한국전 이후 10년간은 민족이라는 개념이 실종되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한국전쟁은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 규명하기 어렵게 만든 사건이었다. 통일에 관한 당위성이 제기된 1960년대에서야 ‘민족’, 특히 ‘단일민족’은 중요한 결집어로 부각되었다.

 

‘단일민족’이라는 모호한 순혈혈통주의가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진단하는 장애요소라는 것은 이미 알려질만큼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이전 시대의 교육을 착실하게 받고 아직도 그래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 지하철 안에 수북하다는 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진보적 목소리를 대변해온 ‘한겨레신문’이라는 제목. ‘한겨레’는 북한과의 관계설정에서는 중요한 가치로 남아있지만 남한 내부의 구성원들을 설명하는데는 오히려 가장 보수적 가치로 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 때문.

 

끝으로 디자인이야기. 이 책을 낸 출판사는 지금, 2010년을 1980년대 중반쯤으로 알고 책 디자인을 하는 게 하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한국개념사총서의 5권이라는데 이 책의 어딜봐도 1-4권의 설명이 없으니 참 이상한 출판사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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