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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이 원제였다. 그것은 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아 <The ethnic origins of nations>였다. 우리를 항상 괴롭히는 단어가 꼭 맞게 번역되지 않는 이 단어의 뭉치들이다. 영어에는 state, nation, ethnic이 있고 우리말에는 정부, 국가, 민족, 민족국가들이 있다. 이 단어들은 각각의 대응이 영 마땅치 않고 이 책 역시 거기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책의 질문도 비슷하다. 영어에는 ‘ethnic’이라는 형용사는 있는데 프랑스어의 ‘ethnie’에 해당하는 명사는 없다는 것이다. 책에는 고심스럽게도 민족, 민족국가, 민족적 국가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도대체 이 단어의 원문이 무엇일지를 짐작해가면 책을 읽어야 한다. 쉽지 않다.

 

엄청나게 많은 세계사의 인종적 사례들을 들어가며 설명하지만 저자가 명쾌하게 지목하는 민족의 구심점은 간단하다. 신화와 상징의 공유. 그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자신들이 시작점과 이를 설명하는 상징이 없다면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대 민족국가 이전에는 이를 설명하는 사제가 중요했다는 것.

 

영토국가가 민족국가의 탈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자는 변화를 설명한다. 신화와 상징을 공유하는 계급은 아래 계급을 포용해서 민족을 이루어야 했다는 것. 그래서 사제가 아니고 지식인들이 필요해졌으며 그 가치의 공유가 문자를 통해 이루어졌고 그래서 민족을 이루는데 언어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신화는 민족의 시작 뿐 아니라 영웅들이 출몰하던 좋았던 시기를 포함하기 시작했다는 것.

 

처음으로 돌아가면 역자는 ‘nation’의 번역어로 ‘국가’가 아닌 ‘민족’을 과감히 선택했다. 책에도 수시로 등장하는 베네딕트 엔더슨의 ‘nation’이 ‘민족’으로 번역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해도 되지만 독서의 과정은 가시밭길이다. 분명 영국 역사학자 특유의 고색창연한 원문이 원인이기도 하겠으나 번역문도 그를 충분히 소화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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