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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물이다. 책의 결론에 쓰인 문장은 이렇다. 이 물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는 비유가 아니고 물리적인 존재로서의 물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나 물이냐는 것이다. 즉 우리는 얼마나 물과 연관이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답은 ‘아주 밀접히’ 정도겠지만 이 책은 역사를 샅샅히 뒤져가며 그 연관의 정도를 설파한다. 그래서 그 결론인 우리는 모두 물이라는 단언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앞의 3/4 정도의 분량은 물이라는 관점에서 고찰한 세계사다. 물질로 재단하는 역사가 대개 그렇듯이 이 책도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점에서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하게 논리적이다. 고대문명이 거대한 강에서 시작하였다는 것은 다 들어온 사실이다. 그 물이 어떻게 조운의 대상으로 바뀌고 영역이 지중해가 앞마당으로 변해가면서 세계의 패권이 바뀌어 나갔는지의 설명은 탁월하다.

 

결국 우리의 시대를 만든 것은 유럽의 패권시대다. 지브롤터 해협을 나서서 대서양으로 들어선 스페인과 포르투칼이 어떻게 식민지개척의 첨병이 되었으며 물로 기계를 만든 영국이 그 뒤를 이어 제해권을 이어받았는지, 그리고 그 제해권이 다양한 물의 존재와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의 설명은 그야말로 무협지를 방불케하는 대서사시다. 원제인 ‘Epic Struggle’은 그래서 더 와닿는다. 명쾌한 번역도 큰 몫을 한다.

 

그러나 번역 제목과 달리 원제에 ‘History’가 없는 것은 책의 후반부가 우리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물의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경선과 별 연관이 없이 존재하는 담수는 언제나 폭력적인 해결로 치달을 뇌관이며 물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일반적이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가 될 것이고 석유와 달리 물은 대체되지 않는 물질이라는 것이 저자의 명료한 진단이다.

 

한반도에 운하를 만드느니 어떠니 하다가 녹조로 물이 오염되었느니 어쩌느니 하는 정치적 분쟁이 진행형이니 물은 여전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릴 사안은 남쪽을 흐르는 강들이 거의 모두 내부의 수원지와 수역을 국토 내부에 갖고 있어서 문제의 해결책을 우리가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물부족에 대한 구호는 많으나 아직도 절수형 변기를 찾기 어려운 우리는 분명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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