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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T PROJECTS

문추헌(文秋軒)

청빈한 독신자의 생활을 담을 공간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육십 대를 바라보는 건축주에게 절대크기와 관계없이 집은 평생 가장 큰 꿈이었을 것이다. 건축주는 15평정도 크기를 가늠했다.

건축주는 이미 본인이 직접 그린 평면 스케치를 들고는 간단한 자문 정도를 염두에 두고 방문했다. 스케치에는 대개의 경우처럼 과다한 정보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꼭 필요한 정보가 빠져있기도 했다. 건축주와 함께 앉아 스케치의 의도를 파악하며 간단히 평면을 그려서 전달했다. 물론 손으로 그린 간단한 스케치였다.

그러나 평생 의료봉사활동만을 해온 건축주가 더 이상의 건축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6,000세대에 이르는 초대형 아파트 단지계획과 15평짜리 작은 주택의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기묘한 상황이 진행되었다. 경험상 집의 규모가 작을수록 건축주가 가진 모든 것이 거기 걸려있기가 쉽다. 작업의 규모와 중요도가 비례하지는 않았다.

벽량이 줄어야 공사비가 줄어든다. 건물은 반듯한 사각형일 수밖에 없었다. 15평이면 좀 작을 것 같다는 건축주의 의견을 따라 면적은 2평 정도가 늘었다. 그럼에도 절대면적이 작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혼자 사는 집이니 침실은 꼭 잠만 잘 수 있는 크기가 되었다. 수납공간이 부족하면 생활공간이 피해를 보므로 꽤 규모가 큰 다락방이 마련되었다.

모든 건물이 다 그렇듯이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많이 부족한 예산이었다. 컨테이너박스, 샌드위치판넬 등이 고려되던 때에 작은 건설회사에서 이윤의 여지가 없는 건물을 지어보겠다고 나섰다. 가장 싸게 지으려면 지방 건설회사가 익숙하게 짓던 방식으로 지어야 했다. 시공사의 농가주택 건설기준은 콘크리트 구조체에 내부는 벽지마감, 외부는 적벽돌마감이었다.

건축가의 역할은 건축주의 꿈과 시공자의 현실 사이를 여며나가는 것이었다. 벽지를 탐탁찮게 여기는 건축주의 취향에 따라 내외부가 뒤집혀 콘크리트가 외부마감재료로 바뀌었다. 당황한 시공자에게는 사진 속의 우아한 노출콘크리트건물을 목적하는 바가 아니라고 거듭 확인시켜야 했다. 절대 예산의 제한 속에 멋진 외관은 중요하지 않았다.

예산이 아니고 관심이 필요한 곳을 찾아나가야 했다. 집안에서 하늘이 보이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바람에 따라 천창이 생겼다. 결로가 생기면 닦으면 되지 않느냐는 건축주의 의지는 명쾌했다. 시공자는 다시 당황했으나 결국 최선을 다해 마무리를 해주었다.

상주인원이 없는 현장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사건은 계속 생겼다. 의도와 우연이 교차하며 완성된 외벽은 스님들의 법복처럼 누덕누덕하다. 그러나 내부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풍광과 빛은 화려하고 찬란하다. 공사는 끝나도 집은 완성되지 않는다. 건축가와 시공자의 일이 끝났으니 이제 건축주가 건물을 이어서 만들어 나가는 일이 남았겠다.


project team

SALT : 백윤경, 정지명

location

충청북도 충주시 엄정면

completion

2013

construction

정원종합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