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문화(Culture)와 문명(Civilization)은 다르다. 문화가 특정한 집단공동체의 생활양식 전반이라면 거기에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러나 문명은 비교우위를 인정하는 단어다. 즉 미개에서 문명으로의 방향성을 배경에 깔고 있는 단어라는 것이다. 그런만큼 문명은 전파와 수용의 대상이다.

 

저자가 쓴 논문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 일관성 여부를 지레 의심할 수도 있으나 이미 알려진대로 저자의 관심사를 생각하면 책의 주제는 일관성이 있다. 책 제목에서 문명교류라는 단어를 썼지만 저자는 문명전파의 입장을 견지한다. 문명은 특정한 지역에서 창조되고 이것은 인근의 상대열위에 있는 지역으로 모방되어 전파된다는 것이다.

 

책에서 든 예들은 활자, 도자기, 종이와 같은 것들이다. 애초에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책인만큼 읽기가 쉽지는 않다. 근래 주춤하지만 한때 쏟아져나오던 미시문명전파사들에 비하면 꼬치꼬치 나열된 사건과 인명들이 발목을 잡는다. 그 깊은 연구의 너머로 의심하게 되는 것은 저자가 지난 민족적 우위론이다. 구텐베르그의 활판인쇄술이 고려시대의 금속활자로부터 영향을 분명히 받았으리라는 저자의 심증을 받쳐주는 자료들은 좀 정도가 넘는다 싶을 정도로 막연하다. 책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런 입장은 독자를 책에 빠져들지 못하게 하는 걸림막이 된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보여주는 한민족관련 문명교류는 신기한 내용들을 알려준다. 대원군 시대의 쇄국정책 시기 이외에 한국이 개방적 역사를 갖고 있다는 서술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혜초에서 이슬람에 이르는 이야기들은 분명 많이 묻여있던 부분들이다. 개방과 폐쇄의 구분지점이 모호하니 저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어렵다.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