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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볼 때 당신은 자기 얼굴뿐 아니라 하나의 박물관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근래에 이처럼 인상적인 첫 문장을 마주친 기억이 별로 없다. 이것은 이 책이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야 할 대상이라는 선언문이다. 문제는 주석을 합쳐 800쪽이 넘는 대서사라는 점이다. 그렇다, 대서사.

 

인도와 유럽의 언어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은 충분히 알려져있다. 그 뿌리가 되는 언어자체는 이미 소멸되었는데, 저자가 묻는 것은 두 가지다. 그 인도유럽 공통조어는 언제 어디서 발생했고 어떻게 퍼져나갔을까라는 것. 적당히 문헌을 뒤져서, 한 종류의 좁은 전공으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래서 대강 답을 하려고 해도 이처럼 방대한 저술이 필요했다.

 

저자는 현재 사용되는 인도유럽어들의 공용어근들을 찾아낸다, 저자는 구개음화와 같은 음운변화를 추적하여 주인, 손님과 같은 단어와 함께 양모직물, 바퀴, 수레의 등장을 파고든다. 이들이 인도유럽어의 공용어근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현시기를 추론하여 원시 인도유럽공통조어는 서기전 4000년 이전, 초기 인도유럽공통조어는 서기전 3500년 이전으로 짐작한다. 그렇다면 그 조어가 사용된 곳은 어디인가.

 

저자는 놀랍게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초원을 짚어낸다. 시기로 치면 청동기 이전인 동석기시대. 초기의 말은 또 우리의 짐작과 달리 식용으로 가축화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한동안 이 지역을 떠나지 않던 거주자들은 말을 운송도구로 바꾸고 갑자기 외부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은 또 짐작과 달리 침략과 정복이 아니고 자발적 동조였으라라는 것. 이 초원의 거주민들은 말과 수레를 타고 서유럽으로, 인도로 이동을 한다. 그 과정을 시시콜콜히 유물발굴의 현장을 통해 밝혀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흑해와 카스피해 인근 지명은 우리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다. 저자에 의하면 묻여있던 고고학적 발견들이 소련의 붕괴와 함께 서방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발견의 교류결과가 이 책에 담겨있다고 한다. 언어학, 고고학, 고생물학, 지리학을 망라한 이 책의 갈래는 규정하기 어렵다. 원래 그런 갈래를 넘어서야 이런 책이 나온다고 저자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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