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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토론회 풍경이었다. 억센 경상도 억양의 후보자가 뱉었다. 물었다가 아니고 뱉었다. “동성애, 찬성합니까?” 비슷한 억양의 후보가 대답했다. “반대하지요.” 이 상황을 억양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질문을 하는 이가 코리아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는 게 쇼킹했기 때문이다. 놀랐다는 표현으로는 좀 부족하다. 그리고 답한 후보도 순간 정치적 계산이 돌았겠지만 역시 수준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 책은 혐오표현의 정체와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저자는 먼저, 혐오표현이 성립되기 위해서 가장 간단한 요구조건이 하나 있다고 명시한다. 그 대상이 사회적 소수여야 한다는 것이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한국인들이 다 멍청이라고 아무리 떠드는 소리는 혐오표현일 수 없지만 장소가 일본이라면 다르다는 것.

 

저자는 혐오의 피라미드를 설명한다.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은 편견. 그리고 그 위에 차곡차곡 혐오표현, 차별행위, 증오범죄, 그리고 집단학살로 올라간다는 것. 편견은 표현되지 않으므로 단죄하기 어렵지만 혐오표현부터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혐오표현의 유형은 차별적 괴롭힘, 편견 조장, 모욕, 증오 선동이 있고.

 

현재 한국에서 가장 뚜렷한 쟁점은 성적정체성과 연관된 내용이겠다. 혐오표현 발화자의 대표집단으로는 보수기독교계가 서있다. 이들이 정치인들을 위협하고 조종하고 있는데 이들이 절대다수이므로 선거가 이들이 휘두르는 강력한 흉기가 되겠고. 저자는 혐오표현의 형사처벌이 국가의 처벌의지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동시에 국가가 개입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안을 무죄로 이해시키는 우려가 있다고 짚는다.

 

이 주제가 쉽지 않은 것은 표현의 자유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도 내가 기억하는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상기한다. 운동을 하며 건성건성 듣고 있다가 아령을 떨어뜨릴 뻔 했다고 한다. 경상도 억양의 질문자가 이 책을 읽을 것 같지도 않고, 읽는다고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아직 이 사회에 그런 세대가 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슬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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