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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원래 제목은 <제발 그런 과학자는 되지 마시죠> 정도 되겠다. 여기서 ‘그런’은 과학자들만 알아듣는 이야기를 하는 과학자다. 나머지 대중이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책의 키워드 두 개는 과학자와 커뮤니케이션이다.

 

저자는 하바드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뉴햄프셔대학에서 해양무척추생물을 전공하는 교수였다. 문장이 과거형인 것은 그가 정년보장을 받은 후에 이를 때려치우고 헐리우드로 가서 남캘리포니아대학에서 뒤늦게 석사학위를 받았기 때문. 그래서 현직으로만 치면 그는 더 이상 과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과학자에 대해 잘 하는 전직 과학자, 누구보다도 과학자들의 답답함을 잘 아는 현직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다.

 

모든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므로 의사소통을 하고 살아야 한다. 의사소통은 별 관심이 없는 타자에게 자신의 의도를 명료하게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의사소통은 발화자 중심이 아니고 청취자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얼거리고 마는 종자들이며 그래서 세상과의 의사소통에서 벽을 치고 사는 존재라는 것이 바로 이 전직과학자가 책에서 내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대중과의 소통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는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이었며 그래서 그는 그 답답한 과학자들의 집단인 국립과학원에 입회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그 답답한 자들의 실명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과학자들 만큼은 아니어도 건축쟁이들도 대중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 앞의 설명에서 사이트의 한계, 프로그램의 중첩 등의 단어를 종횡무진 내뱉는 이들을 하도 많이 봐와서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몇몇 건축쟁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책을 <제발 그런 건축가는 되지 마시죠>로 읽었다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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