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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영어본으로 먼저 접했었다. 도대체 이런 방대한 책을 쓰는 사람은 누구일까하는 압도감에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나를 더 놀라게 했던 것은 이 숨막힐 만큼 방대한 책이 한글로 번역이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것도 서너 곳의 출판사에서 서로 다른 역자를 통한 번역으로. 말하자면 한국에 과연 이런 책을 읽을 독자층이 이 정도나 되는가 하는 신기함이었다.

 

기번의 책보다 조금 앞서 몽테스키외가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마 잠시 후 도버해협 건너에서 로마 역사의 후반부만으로 그런 초장대 서사시를 쓸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 알았다면 몽테스키외도 출판을 주저하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결국 출간을 하기는 했을 것이니 이 책은 역사서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분류하자면 역사수상록 정도로 자리를 매겨주어야 할 것이다.

 

몽테스키외는 로물르스의 건국신화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책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세세한 서술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독자들이 이 정도 사실의 인과관계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거 아니겠느냐는 정도의 수준으로 이야기를 한다. 저자가 관심이 있는 것은 도대체 어떤 사회의 형태에서 로마가 흥망성쇠를 겪었느냐는 것이다. 그 부침의 메커니즘은 지금 시점에서 새롭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구체적으로 역사를 들이대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회라고까지 이야기하기는 않아도 어떤 집단이 유지되는 기본 원칙은 개방과 경쟁이라는 것은 이 책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이다. 내부를 결속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외부에 공동의 적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내부의 배고픔은 극복될 수 있다. 외부의 적이 평정되었을 때 그들에게 더 좋은 점이 있다면 주저없이 받아들인다.

 

공화정이 붕괴하면서 로마는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나마 초기의 황제들은 쾌락을 사랑했지만 후기의 황제들은 나태함을 사랑했다는 것이 저자의 평. 책 두께에 비해 훨씬 간략한 원고는 이 저명한 저자의 역사적 잠언이 곳곳에 묻혀있다. 워낙 오래된 글이어서 모두 동의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18세기에 이런 단호한 문장의 책이 나올 수 있던 사회의 힘이 느껴진다. 저자는 말한다.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판매한 사람은 그후 다시 사도록 강요할 수 있는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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