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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00쪽에 달하는 이 책이 소략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상인물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어둠 속에 묻혀 있었을 때 혼자 새벽으로 걸어 나왔다는 전무후무한 평가를 받는 인물. 이 책은 주제가 되는 인물의 일대기를 서술하는 수준을 넘는다. 그의 그림을 어떻게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지를 설명하므로 책은 훨씬 흥미진진하다.

 

공증인의 사생아. 그가 소위 적자였다면 레오나르도는 그냥 공증인의 길을 걸었어야 했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짐작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훨씬 더 심심해졌을 것이고. 왼손잡이였던 것은 확실하고 성적정체성도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그 알려진 정도를 저자는 좀더 정교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가 완성품으로 남긴 것이 별로 없는 이유가 가장 중요한 주제일 것이다. 분명 저자는 레오나르도가 끔찍한 완벽주의자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의뢰받은 그림을 납품하지 않고 계속 수정해나갔던 흔적과 증거가 책에 가득하다. 손가락으로 물감을 뭉개나가면서 스푸마토로 외곽선을 끝없이 수정해나갔던 장본인.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레오나르도가 남긴 스케치들을 읽어내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혀를 내두를 데생이지만 레오나르도 입장에서는 단지 끼적거림이었을 그것들 너머에 존재하는 천재의 머리 속을 저자는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왼손 해칭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저자 덕분에 책은 박진감이 넘친다.

 

레오나르도가 그린 그림들은 모두 그의 치밀한 관찰에 근거하고 있다. 정교한 빛의 관찰과 해부학적 지식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그림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뼈에 근육을 붙이고 피부를 입혀야 인물화가 된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준 사람이 레오나르도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허투루 알고 있던 천재의 모습을 조금 자세히 알게 되었다. 모나리자를 어떻게 독해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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