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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은 소설 <작은 아씨들>이 자꾸 생각나는 책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가장 괴롭히던 것이 바로 라틴어였기 때문이다. 당시 읽었던 유럽의 번역소설들에 곧잘 등장하던 것이 ‘라틴어의 지겨움’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지겨운 라틴어의 수업 이야기다. 

 

책은 아주 독특하다. 라틴어에 관한 내용은 양념이라고 할 만큼 아주 살짝 등장한다. 얼마나 지겨운지를 맛보기로 보여주는 수준인데 이미 충분히 지겨움이 느껴진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 라틴어를 사용하던 사람들과 그들이 만든 문화.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라틴어라는 사어을 만나는 것이 아니고 그 엘리트문자를 쓰던 고대 유럽인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들이 전 세계에 문화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므로 우리가 그 영향력 안에 있는 것도 당연하고.

 

한국 건축이 유럽 건축의 영향력 아래 있고 그 유럽 건축의 뿌리가 라틴에 있으므로 건축쟁이들에게도 라틴어에 대한 관심이 없을 리 없다. 내가 생각하는 라틴어의 아름다움은 그 간명함이다. 동사가 이미 1, 2인칭에 따라 변하므로 굳이 문자에서 주어를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래서 신기하게 라틴어 문장들은 참 단호한 맛이 있다는 것이 평소의 느낌이었다. 게다가 m으로 끝나는 단어들을 통해 입을 닫게 만드는 그 발음도 인상적이고.

 

저자는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다. 대체가 불가능한 저자겠다. 책의 내용은 라틴어가 아니고 수업이다. 저자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의의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거기서 빠지지 않고 낸 과제 제목이 ‘De mea vita’였다고 한다. ‘내 인생에 관하여’. 그래서 이 책의 수업의 주제는 2천년 전 로마인들의 회상을 통해 비춰본 내 인생의 반추가 아닐까.

 

겸손하고 진지한 저자의 품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모음이다. 그래서 이 무지막지한 제목의 책이 지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있는 모양이다. 저자는 본인을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칭한다. 그 노등의 흔적은 시덥잖은 미사여구로는 따라갈 수 없는 수준임을 책의 문장들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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