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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앞에 나오는 사건은 난징조약이다. 서세동점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얽혀드는 ‘동아시아국가’들은 중국, 일본, 대만, 그리고 한국이다. 거론된 나머지 사건들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신해혁명 등을 거쳐 베트남전쟁, 국교정상화, 그리고 개혁개방과 민주화에 이르는 것들이다. 백 오십년 정도의 기간에 벌어진 사건의 크기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각국은 각 사건의 플레이어였을 때도 있고 배석자였을 때도 있었다. 그 인식의 차이는 역사교과서라는 서술공간에서 발견된다. 국사에서 다루느냐 세계사에서 다루느냐. 예컨데 신해혁명이나 중일전쟁을 우리 교과서는 세계사에서 다룰 뿐이다. 그리고 각 국가가 인식하는 사건의 크기는 다루는 서술의 양에서 확연히 드러내준다. 이 책은 네 나라 각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교과서 서술비교를 통해 알려준다.

 

신문사에서 연재한 글을 엮은 책이다보니 서술은 대단히 박진감있다. 현장을 찾아 관련 생존자들을 만나고 각 사건을 기억하려는 의지를 지닌 공간, 즉 박물관에 들러 그 운영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전쟁과 혁명은 대체로 가해와 피해구도를 만들고 그 역사를 인식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참으로 현격히 다르다는 점이 책 서술에 빼곡하다. 하기는 개인적인 다툼에서는 때린 자는 살짝 건드렸다고 하고 맞은 자는 죽을 지경이었다고 하는 판이니.

 

열 가지 사건에는 일본이나 중국이 항상 연루되어 있다. 특히 베트남전쟁, 한국전쟁을 제외하면 전반기의 모든 전쟁에 일본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일본은 항상 개전국이었고 연이은 승전의 관성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전쟁을 만들어나갔다. 결국 그 마무리는 패전이었고 그들은 이길 수 없는 전쟁임을 알고 있었어도 개전의 늪으로 들어갔다. 패전이 아니면 상황을 종결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쟁 이후 동아시아는 개혁과 민주화라는 평화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쉽게 뜨거워질 수 있는 화약고를 하필이면 우리가 안고 있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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