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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흥미로운 역사를 가진 나라로 나는 독일을 꼽을 것이다. 대체로 왕조사로 서술되는 여타 나라에 비해 이 나라 역사는 그리 단순하게 서술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뿌리라고 할 신성로마제국의 역사를 읽다보면 입체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어릴 때 듣던 ‘선제후’라는 단어가 ‘Elector’를 번역한 것이라고 알고 난 다음부터는 훨씬 이 역사 이해가 쉬워졌던 기억이 난다.

 

600쪽에 육박하는 책을 표현하는 책에 ‘산책’이라는 제목을 붙인 건 출판사의 무리수였다. 아무리 사진이 많이 들어 있어도 그렇다. 원래 제목은 내용에 훨씬 더 걸맞는 것이겠는데 그 내용은 독일이라는 이 나라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기억하느냐는 것이다. 책은 무겁다.

 

“독일의 기념비는 다른 나라와 다르다.” 이게 첫 문장이다. 첫 사례는 뮌헨의 개선문이다. 나폴레옹 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이 구조물이 과연 2차 대전의 공습으로 훼손되었는데 독일인들은 부서진 부분을 복구하지 않고 빈 벽으로 남겨두었다. 영어 단어로 표현하면 쇼킹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것이 책에서 설명하는 독일의 방식이다.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케테 콜비츠의 설명이다. 베를린 한복판 노이에바헤(신위병소)의 텅 빈 공간에 놓인 조각, 피에타를 만든 사람. 연민, 고통, 회한, 반성이라는 단어로 지칭될 대상을 물질을 통해 이렇게 절절하게 표현해 낸 어머니. 자신의 설득으로 입대한지 열흘 만에 전사한 아들의 어머니가 만든 피에타다.

 

영국박물관과 BBC가 공동기획하여 만든 프로그램을 엮은 책이다. 과연 시각적 자료가 풍부한데 허투루 끼워 넣은 것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20세기 유럽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은 나라가 말이 아니고 물질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말보다 훨씬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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