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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를 찾는데 실패했다. 영문으로는 <Tokyo Stranger>라고 되어 있는데 일본어로도 이 단어를 썼는지 잠시의 인터넷 검색으로는 알 길이 없다. 영문을 그대로 번역했으면 서문에 나온대로 산책자가 아니고 이방인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 차이는 크다. 산책은 이방인의 것이라기보다 소속감이 확실한 내부인의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도쿄에서 이방인과 산책자의 사이 어딘가에 있으며 어찌 불러도 무방한 존재일 것이다.

 

원고는 일본잡지 <바일라>에 2년 반에 걸쳐 연재한 내용이다. 저자의 기억 속에 걸쳐있기도하고 생소하기도한 도쿄의 여기저기를 방문한 기행서이기도 하나 막상 그 장소들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거기서 꼬리를 물고 목적지없이 등장하는, 즉 목적지없이 산책에 나서는 생각의 궤적이 진정 책의 의미다. 그래서 부제로 붙은 ‘도시인문에세이’가 이상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책에는 80년대에 엄청난 변화를 겪은 도쿄와 그 이전 시대의 도쿄, 그리고 현재의 도쿄가 모두 병치되고 충첩되어 등장한다. 일관되고 정리된 공간이라면 그것은 극장이지 도시가 아닐 것이다. 두서없이 등장하는 도쿄의 종횡단면은 예상과 다르지 않은 문화적 깊이를 보여준다. 지독할 정도로 내밀하고 정교한 세계는 번역된 문장이라는 필터를 거치면서도 충실히 전달이 된다. 도시 뿐만 아니고 일본어에서 항상 느껴지는 조심스러운 문장도 책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저자의 마지막 발언인 “기대하고 있겟습니다.”는 토미이 마사노리 선생님께서 항상 쓰시는 어투여서 더욱 신기하다.

 

비트겐슈타인의 책을 뒤적이다가 “도시는 오래된 도서관과 같다.”는 문장을 읽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부인할 수 없는 비유의 힘이 거기서 느껴졌던 것이다. 정의되지도 않고, 소유되지도 않으며 온전히 파악되지도 않는 공간. 그래서 도시는 결국 개인적인 감성으로 표현하는 데 그칠 수 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표현으로 도시를 들여다보았던 다른 산책자 발터 벤냐민이 자꾸 생각이 났다. 온전히 적응하지 못하던 이방인이 도시를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규정한 단어가 산책자였으니 이 책의 번역제목도 틀림없이 벤냐민을 염두에 두었으리라는 것이 나의 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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