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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부담스런 제목이다. 도시의 죽음을 기억하라니. 이 제목의 앞에는 ‘우리’가 생략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국가니 민족이니 하는 거대 담론 수준의 우리가 아니라 ‘나’와 인근한 이웃 정도를 포함한 ‘우리’다. 즉 ‘나’와 ‘이웃’이 살던 도시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소리다. 나와 이웃이 결국 죽는 것처럼 도시도 죽는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외부의 힘에 의해 도시가 죽어나간다면 결국 나와 우리도 그렇지 않겠는가? 질문은 존재와 가치에 관한 것이다.

 

우리 도시는 사단장이 예하 병력을 통솔하여 작전 구역을 움직이듯 변해왔다. 신도시와 재개발이라는 단어로 지칭되는 이 사업의 사회적 폐해와 부작용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여기까지 보면 이 책은 많은 책 중의 하나다. 저자는 별다른 기승전결 없이, 말 그대로 리좀과 같은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나 책의 가치는 뒤로 가면서 서서히 드러난다.

 

기존 저자들의 문제는 같은 이야기를 원칙론적으로 반복재생해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저자는 사단장 작전에 의해 허물어진 도시를 뒤지고 다닌 발품을 사진을 통해 증명한다. 먼 발치에서 남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마지막 꼭지는 나는 이렇게 나의 주장을 실천한다는 저자의 증명이고 대안이다. 어린이놀이터, 초등학교 정문, 한평공원과 같은 주민참여형 동네 만들기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가 그 대안은 이것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면 그는 또 다른 위험한 사단장 후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은 이렇게 실천한다는 예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의 가치다.

 

책으로만 따진다면, 글은 끈기를 요구한다. 추상적인 서두와 행동을 보여주는 뒷부분이 바뀌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서두를 줄였다면 묵직한 문장들은 훨씬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사진과 글쓰기의 스타일은 저자에게는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여러 사진으로 페이지를 채우는 것보다 서너컷의 인상적이되 큰 사진이 저자의 의도를 아마 더 잘 전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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