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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 도시에는 기억이 묻어있다. 이 책은 어떻게 인간들이 도시에 기억을 입혀왔느냐는 이야기다. 즉 자신들의 흔적을 도시에 어떤 방식으로 남기고자 해왔느냐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 의지는 당연히 강조와 왜곡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책에는 모두 13개의 사례가 들어가 있다.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도시에 쓰고자 했느냐는 사례들.

 

책은 그 지명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도 정확하지 않은 사례, 마라톤에서 시작한다. 승전한 그리스인들이 그 승전을 도시에 남기고자 했고 그 노력들이 또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또 남은 것은 그 기록의 이런 저런 물리적 결과물들. 책은 이어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를 거쳐 암스텔담, 트라팔가를 거친다. 그리고 결국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 곳, 히틀러시대의 베를린에 이른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을 짚는다면 산마르코광장, 산마르코 대성당이겠다. 그리고 도시를 둘러싼 상징은 날개달린 사자겠고. 사건의 발단은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산마르코의 유해가 베네치아에 옮겨지는 데서 시작한다. 결국 베네치아는 그 유해가 자신들에게 와야 하는 논리적 근거를 만들어내고 나폴레옹 점령과 파시스트 정권을 거치면서 사자는 베네치아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되더라는 이야기. 그 상징에는 치열한 의지와 작전이 개입되어 있다는 뜨거운 사례겠다.

 

그래서 결국 극단적인 사례로 게르마니아가 호출되게 된다. 히틀러의 광적인 의지가 어떻게 도시를 바꾸려고 노력했는지의 사연들. 그런 전체주의적 의지와 대비되는 것은 암스텔담의 운하구역이나 빈의 링슈트라세다. 주어진 규칙과 제약 안에서 개인들의 치열한 움직임이 어떻게 집합적으로 도시를 형성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결국 책의 마무리는 미국이다. 미국의 911이 어떻게 기억되는가의 이야기. 거기는 비극적 사건의 기억 말고도 여전히 최대한의 이윤을 확보하려는 경제적 동기도 개입된다. 그런 변수들이 교차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 911 메모리얼의 모습이고. 

 

13명의 저자가 쓴 책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일관된 서술을 유지하는 책이다. 논지의 전개방식, 문장이 수준들이 모두 그렇다. 사전의 집중적인 조정이었는지 편집자의 과감한 개입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두 세 꼭지 건지면 다행이라고 읽기 시작한 책인데 전체 꼭지가 다 충실하여 오히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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