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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희귀한 책이다. 이런 단행본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던 일제시대의 서적은 대체로 거대담론이거나 비분강개의 분투기였겠다. 1930년대 경성의 일상이 박태원에 의해 그려졌다면 이 책은 1920년대 게이조의 일상을 담고 있다. 차이는 소설이 아니고 체험담이라는 것이고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르뽀라는 것. 

 

저자에 관한 설명이 우선 범상치않다. 1910년대에 조선에 와서 국수주의 단체 회원이 되었고 신문사 기자도 했으며 만주의 마적들과도 접촉이 있었다니 기괴한 풍운아였던 모양이다. 일본의 몽골침략을 예견하여 목골탐험도 다녀왔는데 그 후의 행적을 알 수 없다는 것. 그렇게 제도권, 비제도권을 넘나드는 인생을 증명하듯 저자가 목격하여 옮긴 경성의 모습은 밑바닥의 것들이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밑바닥.

 

그 밑바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끝단이다. 똥푸는 사람, 거지, 땅꾼, 토막민, 갈보, 넝마주이, 풍각쟁이 등. 나는 일제시대의 이런 밑바닥 인생은 오로지 조선인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목격담을 늘어놓고 있다. 일제시대 조선은 일본에서 실패한 인생들의 인생 이모작 현장이고 그래서 이주한 일본인들은 중년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일상의 목격담을 통해서 엿볼 수 있는 것은 일제시대의 사회가 호락호락한 이분법으로 재단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분법은 당연히 지배자와 피지배자, 부역한 자와 저항한 자, 일본인과 조선인의 구분을 말한다. 조선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 사이에 태어나서 기어이 부산에서 묻히겠다는 백 년 전의 그 인생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빼지않고 짚을 것은 번역이다. 이 책은 단순한 번역본은 아니고 시시콜콜한 해제가 다 붙어있는 해석판이라고 해야 할 일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을 당시의 신문과 자료를 통해 모조리 재현시켜놓은 역자의 내공과 성의에 감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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