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강의녹취록이다. 저자가 누구인지는 설명이 필요없겠고, 정년퇴임 후 학교에서 진행하던 한 강의를 그나마 더 이상 맡을 수 없게 되면서 결국 내게 된 책이다. 그래서 부제에는 ‘마지막 강의’라고 쓰여 있다.

 

책은 두 부분이다. 앞은 동양 고전 강독. 그 고전은 논어, 맹자, 노자, 장자, 한비자와 같이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 거의 아무도 읽지 않은 책들이다. 나도 논어 외에는 통독해본 바가 없는 책들이다. 좋은 선생님은 남의 책을 설명하면서 거기 나온 문장을 유려하게 옮기는 사람이 아니다. 그 핵심을 완벽하게 소화해서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고 그 앞뒤의 가치와 가능성을 일러주는 이다. 책 속의 저자는 바로 그런 선생님임을 확신시키고 있다.

 

후반부의 이야기는 결국 저자가 벗어날 수 없는 이력에서 출발한다. 그가 지금까지 쓴 책의 일부를 강독하면서 진행하는 내용인데 그의 책들에서는 그가 지내온 20년 20일의 무기수경력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후반부는 전반보다 훨씬 흡인력있게 읽힌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담을 수 없던 비열한 군상의 모습이 강의에서는 훨씬 더 솔직하게 거론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깔대기로 모아 한 단어로 줄이면 ‘사람’이다. 그가 교도소라는 황당하고 험악한 환경에서 찾아냈던 것은 거칠고 우악스런 행동이 아니고 그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과 관심이다. 그런 관찰의 틀로 그는 지금 바깥 세상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그런 결과를 이 강의의 곳곳에 풀어놓는다. 그는 ‘실업’, 분단’, ‘자본’과 같은 단어에서 사람의 얼굴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것이다.

 

시장실에 가끔 회의를 하러 들어갈라치면 큼지막한 필치로 쓴 ‘서울’이라는 글자가 가장 좋은 위치에서 눈길을 끌곤 했다. 회의는 항상 정신이 없어서 글씨 한번 화끈하게 잘 썼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그게 바로 소주병의 ‘처음처럼’을 쓴 이의 글씨였다. ‘서울’이라는 글자로 최고의 걸작이라는 데 동의.   


REVIEWS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