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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을 찾는 일은 어렵다. 그 처음의 근거가 어딘가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면 좋겠으나 그 근거가 사라진 게 확실하다면 더 어렵겠다. 이 책은 사라진 게 확실한 처음을 찾고 있다. 국가의 처음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 국가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었을 것으로는 대개 동의하나 그 시작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왜 그 척박한 땅에 첫 문명이 생겼을까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어처구니 없이 간단한 설명을 인용한다. 명쾌하기도 한 설명이다. 지형이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첫 문명지로 알려진 우르크 주변은 습지였을 것이라는 것. 표고차가 아주 적은 현재의 지형을 생각해보면 해안선이 들어와 있었으리라는 추측에 쉽게 동의하게 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저자는 경작지, 씨앗과 곡식저장고, 사람들과 사육동물들이 집중화된 장소로서 ‘도무스’를 설정한다. 라틴어 어휘의 집이지만 여기서는 이 구성원들의 공진화장소의 의미다. 인간들은 변화의 일방적 주체가 아니고 그냥 공진화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고 그런 공진화가 일어나는 공간을 지칭하기로 저자가 선택한 단어다.

 

저자는 모든 첫 국가들이 곡물국가였다고 단언한다. 곡물만이 조세의 기준이었고, 조세가 국가의 근거였다는 것. 조세강요를 위해 국가는 국민들도 길들일 대상으로 파악했고, 이들의 탈주를 막아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곽은 외부의 침입 방지 뿐 아니라 도주 방지의 의미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 너머의 길들여지지 않은 야만인들의 공존을 주목한다. 기가 막힌 지적이다.

 

책 제목과 달리 농경은 이 책을 이루는 골격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는 줄곧 ‘국가’라고 번역된 단어를 썼지만 그 단어는 ‘왕권’으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삼백 쪽이 좀 넘는 책이지만 다른 저자는 훨씬 더 두터운 벽돌책으로 만들었을 법한 주제다. 최근에 읽은 것으로 ‘시작’에 관해서 가장 흥미진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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