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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야 그냥 걷는다 쳐도 그 길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기 위해서는 좀 높이 올라가야 할 일이다. 그러면 정확치는 않아도 앞길이 설핏 보이기도 할 것이고. 이 사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높은 곳에서 부감하는 책이다. 부감의 도구는 사회를 들었다 놓은 논쟁들. 아마  ‘논쟁’보다는 ‘의제(agenda)’가 더 맞춤한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두 저자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한국사회를 네 꼭지로 나눈다. 광복 이후, 박정희 집권시기, 민주화의 개막과 진전 시기,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오늘에 이루는 시기다. 별 이견을 제시하기 어려운 시대구분이 아닐까 싶다. 각 마디를 이루는 사건은 분단, 4.19, 광주항쟁, 외환위기 정도겠다.

 

시작은 분단원인 논쟁이다. 패전은 일본이었는데 왜 한국이 분단이 되었을까하는 이야기. 이후 찬탁반탁 논쟁, 합법정부 논쟁, 친일파 논쟁, 맥아더 평가 논쟁 등이 줄을 잇는다. 어느 하나 허투루 넘어갈 것이 없이 한국 사회를 뒤집어 놓았던 초중량급 사건들이다. 이 논쟁들의 전말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한국사의 굴곡이 확연하게 와 닿는다.

 

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이해는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논쟁이 결국 분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분단의 원인, 분단의 이해, 분단의 결과가 모두 변형되어 다양한 갈등의 논쟁으로 사회에 표현되었다. 박정희 사후까지 여전했던 사회구성체 논쟁, 민주화이행논쟁, 북방정책 논쟁, 시민운동 논쟁, 주사파 논쟁, 그리고 분단체제 논쟁까지.

 

외환위기 이후의 논쟁들을 들여다보면 짚히는 맥이 있으니 그 이후의 의제는 주어진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복지, 햇볕, 뉴라이트, 국정교과서, 균형발전, 전시작전통제권, 무상급식, 안철수현상, 수저계급론 등. 적어도 우리가 우리의 의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사회발전은 눈에 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진행형 사안으로 촛불을 든다. 전통단어인 ‘앙시엥레짐’은 오늘 한국에서는 ‘적폐’이니 ‘촛불시위’인지 ‘촛불시민혁명’인지 판단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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