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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를 함꼐 읽어야 이 책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무엇이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왔는가”. 답이 바로 노동, 성, 권력이라고 저자는 주장하려는 모양이라고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막상 저자는 별로 그렇게 뚜렷한 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제목의 ‘노동’은 work을 옮긴 것인데 이것도 다소 의미차가 느껴진다. 

 

글쓰기 방식은 좀 독특하다. 키워드라고 보기 좀 어려운 몇 종류의 틀거리를 내걸고 그 안에서 사건들을 구성하고 설명해나간다. 자각, 협동, 성의 차이, 신분, 착취와 폭력 등에서 시작한 틀은 노동, 권력, 비평 등으로 옮겨간다. 그 과정이 생명체의 시작에서 서서히 현대로 옮아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연대기적 서술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책 읽기는 쉽지 않고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사적유물론을 바탕으로 글을 쓰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시작한다. 그 시작의 결과 저자가 이르는 지점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그것은 ‘모순’일 것이다. 어떤 정반합의 결론도 결국 새로운 모순을 만들어냈으니, 결국 역사를 통해 우리가 모두 동의하는 ‘합’은 도달한 바가 없다는 것. 이 책은 그런 모순의 사례들을 즐비하게 나열한다.

 

추천사를 비롯한 글들은 슬며시 이 책이 <총, 균, 쇠>와 어깨를 겨루는 업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하나 절대로 그 경지라고 동의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이미 연구의 성취를 이룬 “학자들의 작업을 통해 드러난 결론들을 간결하고 알아보기 쉽게 정리하고 평가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 만큼 저자의 목소리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 

 

저자는 인간이 평등했던 사회는 없었다는 점을 극명하게 부각시킨다. 신의 이름을 빌어 권력을 차지한 자들은 그 권력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강요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장치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의 현실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보면 “백두절세위인”이라는 신격화된 존칭과 함께 수시로 벌어지는 퍼레이드들이 다 그 설명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노동이 착취되고 권력이 작동하는 가장 원시적 모습을 우리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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