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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로 따지면 딱 포유류의 체온같은 책이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적당히 따뜻한 책. 소박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자연을 보고 자연 속에서 살고 자연을 공부하는 학자가 오랜 시간 쌓은 원고를 엮은 책이다. 제목도 그래서 튀거나 되바라지지 않고 겸손할 따름이다. 나의 생명수업.

 

자연의 관찰을 통해 드러낸 저자의 자서전이라고 해도 좋겠다. 새와 버섯과 풀을 관찰하면서 저자는 끊임없이 관계를 묻고 연상한다. 인간이 도대체 왜 이런 방식으로 자연 속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잡아가야 하냐는 개탄이 깔려있다. 책이 화려한 새의 깃털이 아니고 동물의 발자국 관찰에서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담담한 성정이 드러나는 듯 하다.

 

저자는 외가의 추억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이니 지천이 자연이었을 것이다. 그런 생활 속에서 문득 공부를 할 생각으로 박사까지 마치고 이른 나이에 교수가 된다. 그러나 저자가 몇 문장에서 이르듯 세상은 마음대로 풀려나가지 않는다. 제자들과의 연구를 꿈꾸던 교수는 대신 동료 교수들과 자연탐방을 나서게 된 것이다. 이십 년 넘게.

 

책에 등장하는 관찰 대상은 다양하다. 딱따구리, 연꽃, 물범, 멧돼지, 산양, 그 중에 저자가 가장 오래 들여다 본 대상은 버섯인 모양이다. 식용버섯과 독버섯 사이에 확인되지 않는 버섯들이 있더라는 게 함정. 그 분류는 오로지 인간의 주관에 의한 것이니 확인되지 않는 것들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섬진강변, 남원을 거쳐 재직 중이라고 저자소개에 올라와있는 학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학교 운영진의 입장과 무관하게 따뜻한 공통체를 이루고 있던 교수들의 안위가 걱정되어야 할 상황인 듯하다. 세상은 마음 먹은대로 흘러가지도, 선한 이의 앞길을 따로 챙기지도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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