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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가 두꺼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독자를 위한 맛보기 샘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나우루라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느냐는 것부터 설명해야 한다. 인구 약 1,500명에서 왔다갔다하는 이 나라는 남태평양 어딘가에 있다. 주위에 뭐 설명할 것이 따로 없는 태평양 한 복판에 있는 나라여서 더 이상의 설명은 지도가 필요하다. 

 

이 공화국의 비극은 그냥 사실 서술을 하면 된다. 비극 이전에 행운이 있었다. 1970년대에 이 나라에 지천으로 깔린 인산염이 주요한 수출품목이 되면서 요즘의 석유수출을 거뜬히 능가하는 행운과 부귀영화가 찾아든 것이다. 인산은 제일 가깝지만 무지하게 먼 오스트레일리아에 비료원자재로 팔려나갔다. 전쟁이 임박하면 이건 화약의 재료가 되니 중요한 물질이었던 모양이다. 이 책에서 서술이 되지는 않았지만 들은 풍월로는 워낙 오지였던 이곳에 오가던 새들이 마음놓고 싸놓고 간 똥이 몇 만년 쌓인 결과물이었다.

 

한국의 대형 설계사무소조직 정도에 해당하는 국민 수로 보아 이 곳의 대통령, 장관 들은 우리 입장에서는 사장, 과장 정도였을 것이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삼촌, 친구인 이들은 들어오는 돈을 마음놓고 풀어써서 국민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잘 사는 나라를 기어이 만들었다. 회수될 가망성이 없는 외국 투자처에 돈을 쏜다 붓기도 했단다. 문제는 삼십년 만에 인산염이 고갈된 것이다. 한참 잘나가던 시절에 인스턴트식품 수입해서 먹던 국민들은 태반이 비만, 당뇨에 허덕이게 되었다. 한 동안은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하는 난민들 대신 받아서 대체 수입원을 만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과거사가 되었다. 그나마 독립공화국으로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한 표 덕분은 이 나라는 중국과 대립한 대만, 포경금지해제 협약을 위한 일본 등에 돈을 받고 도장을 빌려주는 정도로 생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 표지에 “자본주의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를 어떻게 파괴했나”라고 쓰여 있다. 이 나라를 파괴한 것은 자본주의라고 볼 수 없다. 막스 베버가 이 표지를 보았으면 펄펄 뛰었을 것이다. 이 작은 국가는 경쟁없는 닫힌 사회, 즉 내 표현으로는 ‘Closed Circuit’이 갖는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저자도 말미에 지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두바이가 자꾸 생각이 났다. 석유고갈 이후를 대비해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는 이 곳의 미래가 어떨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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