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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시절의 일이었다. 미국 대법관에 역사상 두 번째 여성이 임명되었다. 이미 스타였다. 심심할만 하면 뉴욕타임즈에 긴즈버그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다. 미국 대법관들도 매사가 군번 순이어서 긴즈버그가 제일 문가 자리에 앉게 되고 문 여닫는 것도 죄 그녀의 몫이라는 것이 좀 유쾌한 투로 설명되었던 기억이다.

 

긴즈버그가 판결문 외에도 이런저런 자리에서 피력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엮은이가 작심하고 뽑아낸 문장들의 공통점은 명료하다. 평등. 이 단어는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무게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이번 화자는 유태인, 여자, 엄마라는 조건을 가진 미국 대법관이다. 본인이 평등하지 못한 대접의 한복판을 살아야 했던 사람인 것이다.

 

긴즈버그의 평등은 여성이 아니고 인간에 초점을 맞춘다. 철학적으로 옳은 길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현명한 구도라는 생각이다. 긴즈버그는 ‘여성의 권리’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권리고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을 모든 인간의 권리라는 것. 대결구도로 경계심을 가지려는 자들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1950년대 미국의 사회도 까마득하기만 했던 모양이다. 무지 똑똑한 학생이 여자라는 이유로 마초들도 아닌 평범한 남자들까지 무심히 내던지는 차별의 칼날을 피해다니고 맞서 싸워야 했던 과정이 책의 말 속에 가득 담겨있다. 그나마 그 총명함을 인정한 교수가 있었고 그 교두보도 엄청나게 중요했다는 게 세상의 교수들에게 남기는 교훈 중 하나겠고.

 

긴즈버그가 90이 되었고 현역 최고참 대법관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브렛 케버나의 청문회를 통해 미국 대법원도 긴즈버그같은 사람들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세상이 다 알게 되었다. 지금 대법관 지명권자는 트럼프고 인준주체인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이니 이 고령의 긴즈버그가 쉬 은퇴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겠다. 참고로 현재 미국 여성 대법관은 세 명인데 나머지 두 명은 미혼. 엄마의 사회가 얼마나 힘든 건지 이 숫자도 알려주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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