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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은 이제 죽은 건축 유형이다. 이것은 내 말이 아니고 바로 이 책 저자의 말이다. 저자가 이미 단언한 이 죽음을 지금 굳이 책으로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분명 우리가 지금 그 왕조를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답은 저자가 피력한 바 솔직하기는 하나 좋은 답변은 아니라는 바로 그것이다. 그냥 좋기 때문이라는 것.

집은 대개 두 종류의 사람을 전제로 깔고 존재한다. 집을 지은 이와 그 집에 사는 이. 물론 같을 수도 있다. 지은 그 집이 궁궐이라면 이야기가 훨씬 복잡해진다. 짓는 이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가치관이 여기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부과되는 복잡한 예법이 공간의 구조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완성된 집은 사는 이의 생활과 잘 맞지 않을 터, 다음부터는 조정과 변화의 과정을 겪는다. 사는 사람들이 인생도 만든 이의 가치관만큼 중요하니 훼손이라고 할 수만도 없다.

이 책은 궁궐을 만든 이와 실던 이들의 입장에서 그 건물과 공간을 재단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 건물과 공간을 통해 만든 이와 살던 이의 모습을 추측한다. 복잡다단한 의례와 이를 기록한 의궤로 쉽게 파악되지 않는 500년간의 일상이 건물에 묻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상이 관심사가 되지 않았던 시기와 사회이다보니 거기 묻힌 사람들을 찾아 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본 역사책보다 역사드라마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저자는 역사드라마와 정본을 종횡무진 엮으여 서술을 이어간다. 백 번을 가본들 왕조와 관련된 어떤 이도 만나볼 수 없는 공간이 이처럼 유연하게 와닿는 이유는 저자가 지닌 글솜씨 때문이겠다. 오랜만에 거리낌없이 문장을 넘겨나갈 수 있는 역사책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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