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소설가는 극단적인 두 공간을 설정하고 있다. 하나는 둑이 무너져 쓸려내려간 마을, 다른 하나는 바다를 막아 도시로 변할 해변마을. 이 대척점의 공간 안에 담겨 있는 것은 삶이다. 여기서 소설가가 서술하는 이것, 즉 삶에는 어떤 추상성도 낭만도 배제되어 있다. 그것은 관조하기에는 번잡하고 야만적이되 우리들의 것이 되는 순간 절박해지는 그런 것이다. 이것은 이 소설가가 지니고 소설에서 내비치는 일관된 역사의식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역사의식을 통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그의 이전 소설들과 다르지 않다. 그의 말대로 이 소설은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여기서 마지막에 붙은 희망은 자조적인, 오히려 역설적인 희망이다. 소설가는 이번에는 과거를 버리고 현재를 통해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그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억세고 무거운 문체와 닿아 있되 무게감은 훨씬 못미친다. 그는 인간의 내면을 문장으로 드러내는데 버거울정도의 관찰과 표현을 보여주어왔다. 그러나 이번 소설에서 물리적 대상의 묘사와 표현을 통한 그의 문장은 사변적이라고 느껴질만큼 거북하다. 이것이 거북한 이유는 소설가가 김훈이기 때문이고 이 정도의 사변적 묘사는 이미 팔십년대의 소설에서부터 지루할만큼 접해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몇 대목과 문장은 들어내고 싶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화자들의 이야기는 따옴표가 아닌 줄표(-)로 구분된다. 따옴표 없는 문장은 그 만큼 사색적이고 독백에 가까운 맛을 준다. 화자들이 줄표 뒤에 늘어놓는 이야기는 설정된 공간만큼 극단적이다. 출판사 직원의 사변과 베트남신부의 단문장. 소설가는 여러 극단을 통해 우리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우리가 날줄씨줄로 엮여서 버둥거리고 있음을.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