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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건축쟁이가 현혹될 수도 있겠다. ‘공간’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건축과 전혀 관계없는 세계사책이다. 여기서의 ‘공간’은 지리적 인식의 변화를 표현한 단어일 따름이다. 그리고 세계사책 중에서도 굳이 갈래를 다시 나눈다면 이 책은 교과서에 가깝겠다. 20년 넘게 일본의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를 집필했다는 저자 설명이 와닿는 책이다.

 

교과서 서술답게 책은 사건과 현상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다 쳐내고 굵은 가지들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저자가 설명의 골격으로 삼은 것이 바로 지리적 인식의 변화, 즉 제목의 공간이겠다. 저자는 여섯 단계의 인식변화를 골라낸다. 강 주변의 공간, 말에 의해 확대된 공간, 기마유목민에 의해 통합된 유라시아, 대항해 시대의 지구, 산업혁명과 자본의 교통이 만든 교직된 공간, 그리고 우리가 목도하는 바 정보통신 혁명에 의해 바뀐 공간이다.

 

여섯 단계의 구분에 대한 동의여부는 독자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만들어낸 세계의 모습들이다. 저자는 다시 이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더 짚는다. 그것은 역사를 두 단계로 나눈다면 어느 마디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주저없이 대항해시대를 꼽는다. 유럽이 세계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바로 그 시대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역사책을 통해 오늘을 읽어내는 것이겠다. 대항해시대가 영국의 시대를 열었다면 2차대전은 미국의 시대를 열었고 그 이후의 자본주의, 전자통신의 시대는 미국의 시대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이후 미국은 자국의 이해를 넘어 세계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공인받아왔다. 저자가 설명한 바는 없느나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그런 갈등중재자의 역할에 대한 미국민들의 피로자각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이고.

 

좀 놀라운 것은 책 뒤에 나열된 참고문헌들이다. 일본어 서적으로만 채워진 참고문헌 목록은 일본의 학문이 정말 자생력을 갖추었다는 느낌을 확연하게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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