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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는데는 십 분이 걸릴 수도 있고 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저자가 책을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삼십 년 가량 된다. 그간 몇 번에 걸쳐 출간된 책의 사진들을 모아 말 그대로 전집으로 엮은 결과물이다. 이 책을 말로 설명하는데는 제목 그대로 ‘골목안 풍경’ 이상을 뛰어 넘기 어렵다. 문제는 그 풍경이 도대체 어떤 것이냐는 것. 이미 접할만큼 접하고 알려질만큼 알려진 작가의 사진들이니 거의 비슷한 것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묵묵한 흑백사진으로 남은 아주머니들, 아이들, 강아지들은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모두 다르다. 하나같이 그 안에 담긴 사연을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생생하면서도 아련한 모습들이다.

 

우리가 작심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서도 이런 사진을 찍을 길은 없다. 이미 남아있는 골목길이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있다한들 피사체와 작가의 관계를 넘어서야 가능한 사진들이기 때문이다. 골목안 사람들이 작가를 자신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촬영이 가능한 사진들이 책에 실려있다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꼭지는 작가가 첫 촬영으로 만난 후 다시 추적한 피사체들과의 해후 증명들이다. 십 년이 지나기도 하고 이십 년이 지나기도 했다. 사진 속의 꼬마들은 모두 자라 학생이되고 애 엄마가 되었다. 그들은 거의 이제 골목길을 떠나 아파트의 주민들로 바뀌었다. 아, 이 중림동, 만리동 골목길의 주민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렇게 바뀌었다. 바뀐 우리의 모습을 이렇게 아련하게 기록해주고 떠난 작가에게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사진을 잘 들여다보면 궁금한 것들이 생긴다. 서로 마주보고 자리잡은 고려이발관과 경남이발관 주인들은 어떤 관계였을까. 벽에 써놓은 낙서의 주인공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만약 네가 6시에 온다면 난 5시부터 마음이 들뜨겠지. 6시엔 가슴이 두근두근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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