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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책 내용과 관련있는 단어는 ‘디자인’ 뿐이다. 대개 그렇듯이 책을 잘 설명하는 부제는 <김신 디자인 잡문집>이다. 심지어 한자로 <雜文集>이라고 써놓기까지 했으니 이 책에서 뭔가 심오한 내용을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책을 읽고 디자인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거나, 고맙지 않아지는데 대해 저자가 책임이 없다고 선을 긋는 듯 하다.

 

소개에 의하면 저자는 16년 8개월간 월간잡지(여기서도 ‘雜’이 나온다) <디자인>의 편집장이었다. 편집장이니 스스로 <디자인>을 포함한 여기저기에 순발력이 담보되어야 하는 짤막한 글들을 썼을 것이고 그것들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짤막짤막한 본문들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접하는 주제들이고 글들도 빠르게 읽힌다.

 

간단한 글들을 꿰뚫는 저자의 가치관은 서론에서 등장한다. 저자는 생존을 위한 디자인과 번식을 위한 디자인을 구분한다. 번식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꼬드길 대상을 현혹시킬 ‘아름다움’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치장이다. 번식을 위한 디자인에는 말도 안되는 가격의 스포츠카, 연예인들이 입고 나오는 무대의상, 그리고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도시의 모뉴먼트 건물들이 예로 등장한다. 우리가 잘 아는 ‘앙’선생도 여기 등장한다. 생존을 위한 디자인은 담담히 우리 생활을 바꾸는 것들이다. 저자는 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생존디자인과 번식디자인의 적정 비율로 9:1을 생각했다가 99:1로 바꾸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99.9:0.1로 바꾸었단다.

 

각 꼭지의 제목들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남편도 컨설팅해주나요, 누가 망치를 임신시켰나, 잘나가는 삼류 디자이너, 돈내고 사주세요, 묘수두면 진다 등. 저자가 이야기하는 생존을 위한 디자인에 집중한 책은 피터 파파넥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 있다. 디자이너들을 수도승같은 존재로 인식시키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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