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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건축왕으로 지칭된 정세권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논문지도를 통해서였다. 익선동 166번지의 도시구조를 연구하는 논문을 쓰겠다고 나선 학생의 지도교수가 바로 나였다. 그때 건양사라는 이름도 처음 들었다. 그러나 논문의 주제는 사람이 아니고 도시였기에 내가 더 이상을 알 길은 없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 사람을 파헤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말하자면 디벨로퍼다. 개발업자라는 이야기. 개발업자는 당연히 땅의 부가가치를 높여 팔아 돈을 버는 사업가다. 여기서 방점은 돈에 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드문 조선인 개발업자였으며 그렇기에, 경성을 만들었다고 하기는 어려워도 경성의 여기저기 큰 흔적을 남겼다. 그를 다른 개발업자와 차별화시키는 것은 그 다음 이야기다.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썼느냐.

 

별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그를 저자가 5년간 붙잡고 추적하여 그려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정리된 자료가 남은 것이 없으니 결국 사료는 신문에 난 단편기사와 그의 유족의 인터뷰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그를 기억하는 유족도 이미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상황이니 이 책은 그에 관한 자료가 사라지는 마지막 지점에 간신히 완성된 것이다.

 

식민지 시대의 사업가가 후대에 친일이나 부역의 단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놀랍게 그의 이력은 총독부가 아니고 조선물산장려회, 조선어확회라는 단어로 채워진다. 지금도 개발업자가 정치적 바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데 이런 이력의 개발업자가 순탄히 사업을 마쳤을 수는 없다. 일식주택이 아닌 조선식주택을 고집했던 그의 사업이 이후 번창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족적은 삼청동의 북촌마을로 뚜렷이 남아있다.

 

내가 논문을 통해 놀랐던 것은 익선동의 필지분할이 놀라울만큼 정교했다는 것이다. 궁금한 것은 과연 누가 이 작업을 했을까 하는 점. 그리고 이후에는 필지분할 방식만 봐도 주택영단의 작업인지 건양사 작업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뒤늦게 그의 일생을 조립하여 등장시킨 이 책이 반갑다. 그의 이름이 정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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